#차별적표현 #종차별 #종평등한언어생활

2022.8.12 | 구독하기

안녕하세요 [[name]]님, 이렇게 정식으로 인사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올해 4월부터 인권재단 사람 콘텐츠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황서영이라고 합니다.😊 


[[name]]님은 어떤 계기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저는 사람보다 ‘사람이 아닌 동물’에 대한 관심을 먼저 갖게 됐어요. 동물을 사랑한다고 믿으면서 동시에 고기도 사랑하는 제 모습이 언제부턴가 모순적으로 느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채식을 시작했죠.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존재와 처음으로 연결된 순간이었어요. 


‘종차별’이란, ‘종’을 근거로 다른 이들을 차별하는 것을 말해요.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간과 다르게 대하거나, 고양이와 비둘기를 다르게 대하는 것 모두 종차별적 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들으면 조금 무겁고 어렵죠.😂 그래서 좀 더 쉽게 ‘종차별’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해요.


(* 본 글에서는 사람이 아닌 동물을 지칭할 때 ‘비인간 동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오늘의 읽는 사람

Q. ‘벙어리장갑’, ‘화이트닝’, ‘헬린이’ 왜 쓰면 안 될까?

Q. 비인간동물을 차별하는 표현도 있을까?

Q. 사람 살기도 바쁜데.. 왜 종평등한 세상을 지향해야 할까? 


'벙어리장갑', '화이트닝, '헬린이', 왜 쓰면 안 될까?


말이 먼저냐 생각이 먼저냐를 따질 순 없지만, 둘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관계예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수도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 사용을 지양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단어들을 몇 가지 살펴볼게요.


  • 벙어리장갑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장애 비하적 표현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벙어리장갑 대신 ‘엄지 장갑’, ‘손모아 장갑’ 등으로 바꿔서 사용하는 추세죠.


  • 화이트닝

    미백을 의미하는 ‘화이트닝’은 화장품의 기능성을 표현하기 위한 마케팅 용어로 자주 쓰이곤 했는데요. 하얗고 밝은 피부가 미의 기준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어요. 그 후 일부 브랜드는 해당 표현을 삭제하거나 이름에 ‘화이트닝’이 들어간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죠. 아, 안타깝지만 한국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 헬린이(헬스+어린이)

    초보라는 의미로 요즘 자주 쓰이고 있는 ‘O린이’는, 어린이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규정지을 수 있는 표현이에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표현에 대해 “아동이 권리의 주체이자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어요. 



비인간 동물을 차별하는 표현도 있을까?


종차별에 대해 말한다면서 왜 차별적인 단어에 대해 이야기 했냐면, 우리말에는 비인간 동물을 차별하는, 즉 종차별적 표현들도 있기 때문이에요. 동물권 단체인 동물해방물결에 따르면, 우리말 속 종차별적 표현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 비인간 동물을 착취 대상으로 한정 짓는 표현 (ex. 물고기, 젖소)
    ‘물고기’를 풀어서 말하면 ‘물에 사는 고기’라는 뜻인데요. 살아 있는 생명이 아니라 음식으로만 규정짓는 단어예요. 이런 이유로 ‘물살이’라는 대체어가 탄생하기도 했죠. ‘젖소’를 젖이 항상 나오는 소의 한 품종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언어가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경우죠. 사람이 먹을 우유 생산을 위해 평생을 임신 상태로 살고 있는 소의 모습을 당연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차별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요.


  • 비인간 동물에게만 쓰는 표현 (ex. 암컷·수컷, ~마리, 주둥이)
    한편 비인간 동물에게만 쓰는 표현들도 있어요. 이 표현들을 사람에게 사용하면 단순히 어색한 것을 넘어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라고 볼 수 있죠.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사람을 세는 단위인 ‘명’은 한자로 이름 명(名)을 쓰는데요. 그 대신 목숨 명(命)을 쓰면 모든 동물을 포괄할 수 있답니다.🙂


  • 비인간 동물에 빗댄 모욕적 표현 (ex. '짐승만도 못한', '돼지같이 살이 찐')
    우리말에는 비인간 동물에 빗댄 욕도 있죠. 이는 인간을 비인간 동물에 비유하는 것이 ‘기분 나쁜 것’이라는 인상을 강화하고, 특정 존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수 있어요. 주로 ‘더럽다’는 뜻으로 자주 사용되는 ‘돼지 우리 같다’는 표현이 있는데요. 사실 돼지는 지능이 높고 깔끔한 동물이라는 사실!😮


이외에도 벌들을 착취해 만들어지는 ‘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꿀팁’을 ‘귤팁’으로 대체하거나, 특정 존재를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 ‘개좋아’ 대신 ‘깨좋아’를 사용하기도 해요. 또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일석이조’, ‘토사구팽’처럼 의미와 관계없이 비인간 동물에 대한 폭력적 묘사가 담겨있는 속담과 사자성어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name]]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사람 살기도 바쁜데.. 왜 종평등한 세상을 지향해야 할까?


우리는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나의 특성이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기를 원해요. 비인간동물 역시 비인간동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겠죠.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대하고 착취하는 것과,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를 다르게 볼 수 있을까요? 오는 8월 25일은 '종차별 철폐의 날'입니다. 보다 종평등한 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일상에서 사용하던 단어부터 조금씩 바꿔보면 어떨까요?

더 읽는 사람

2021년 동물권 행진 후기: 이제 물살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러나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언론에서는 ‘물고기 동물 학대’라는 표현으로 보도가 되었습니다. ‘물고기’는 물과 고기의 합성어로서, 어류동물을 먹는 존재로 한정하는 단어입니다. 그렇기에 ‘물고기’라는 표현과 ‘먹어선(죽여선) 안 된다’가 공존하는 문장에서 탈육식 주장은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권재단 사람)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식당에서 외치는 이유

“그런 시위가 폭력일까? 그런데 폭력이 뭘까?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갑자기 소란을 맞닥뜨리는 것?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대다수가 주저하는 것을 한다. 그리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한다. 동물에 대한 폭력을 멈추자고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 폭력에 맹렬히 저항하는 것이다.” (닷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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