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산업재해 #중대재해처벌법

2022.11.18 | 구독하기

안녕하세요, 인권재단 사람 황서영 활동가입니다. 지난 ‘인권있슈’에서 SPL의 한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짧게 말씀드렸었는데요. 그 후에도 코레일 직원이 작업 도중 열차에 치여 사망하고, 20대 노동자가 넘어지는 코일에 깔려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어요. 한국의 노동자 10만 명당 중대재해 수는 2020년 기준 OECD 2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편인데요.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나아질 것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사망자는 더 늘었죠. 오늘의 ‘깊이있슈’에서는 예방하는 법이 만들어졌는데도 왜 계속 산재가 발생하는 것인지,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볼게요. 

인권재단 사람의 뉴스레터 <읽는 사람>은 시의성 있는 다양한 이슈를 여러 활동가의 시선으로 알아보는 ‘인권있슈’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는 ‘깊이있슈’가 2주에 한 번씩 발행됩니다.

오늘의 깊이있슈 #산재

  • Q. 산업재해? 중대재해?

  • Q. 중대재해처벌법이 뭐야?

  • Q. 중대재해처벌법, 효과 있는 거 맞아?

  • Q.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까?

산업재해? 중대재해?


산업재해(이하 산재)란, 노동자가 업무와 연관된 작업으로 인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해요. 꼭 업무 중이 아니라 통근 중이나 휴게시간, 회식 중에 발생한 사고에도 적용될 수 있어요. 그중 다음과 같은 심각한 재해를 ‘중대산업재해’라고 합니다.


  •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함 

(사고사망 뿐만 아니라 과로사, 직업병에 의한 사망,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자살도 해당)

  •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함

  • 같은 원인의 직업병이 1년 이내 3명 이상에게 발생함

중대재해처벌법이 뭐야?


이런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에요.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도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건데요. 사고가 많이 나는 제조업, 건설업뿐만 아니라 사무, 학교, 공공기관, 병원 등 업종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이 적용 대상이고,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이 1명이라도 사망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예방이 아니라 처벌이 목적인 법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충실히 했음에도 사고가 났다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어요. 

중대재해처벌법, 효과 있는 거 맞아?


위에서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에 오히려 사망자가 더 늘었다고 말씀드렸죠. 때문에 이 법의 효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어요. 사실 중대재해법에는 허점이 꽤 많아요.


  •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2024년부터 적용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제외됐어요.

  • 공기단축 강요에 대한 발주자 처벌, 부당한 인허가, 공무원 책임자 처벌이 제외됐어요. 공기단축 강요는 건설 현장 중대재해의 주된 원인이에요.

(*공기단축 : 예정된 준공일보다 빠르게 공사를 마무리하여 공사 기간을 줄이는 것)

  • 직업병 중 ‘심혈관계질환’이 제외됐어요. 뇌출혈, 뇌졸중 등 심혈관계질환은 과로로 인한 대표적 질환이에요.


작년(2021년) 한 해 산재로 사망한 사람은 828명인데, 이 중 80.9%가 중대재해법 테두리 밖에 있어요. 법 시행의 의미가 없는 수준인데요. 현 정부는 심지어 중대재해법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이라며 중대재해법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요. 

(이미지 출처 = 민주노총)


시민들은 이런 정부의 행보에 계속 맞서고 있어요. 시민단체와 산재·재난참사 피해자들이 모인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운동본부’는 기재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고요. 지난 10월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900여 명이 모여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들의 목숨으로 만들어졌다. 한 해에 2,400명의 노동자가 꼬박꼬박 죽어가는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만든 것이다”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까?


  •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50인 이상 사업장에는 전문가들과 함께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도록 정부 지원사업이 시행됐어요.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어떤 지원도 없었죠. 법 유예 여부와 상관없이 산재 예방을 위한 지원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중대재해의 대부분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예산과 정책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할 것 같아요. 


  • 불법하도급 시스템 개선

산재 사망 사고의 절반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데요. 관리·감독 강화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관행이 계속되고 있어요. 공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쪼개기 계약(주휴수당 조건인 15시간 미만으로 계약)을 하는 것이 사고로 직결된다고 볼 수 있죠.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사실 시기가 언제냐의 차이일 뿐,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갖고 시스템을 개선하고 제도를 마련해야 해요.  


  • ‘건설안전특별법’

‘건설안전특별법’은 모든 공사 주체에게 안전 책무를 부여하는 법이에요. 불법하도급 시스템과 무리한 공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인데다, 소규모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고 발주자의 책임을 묻지 않는 중대재해법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법이기도 해요. 그런데 올해 초 중대재해법과 내용이 겹쳐 이중처벌이 내려질 우려가 있다며 입법 논의가 무산되는 흐름을 보였어요. 이에 민주노총 건설노조국회 앞 농성과 각 지역구 국회의원 면담 등을 진행 중이에요. 중대재해법을 고려해 처벌규정은 다시 검토하더라도, 건설안전 확보 방안은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일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안전하게 일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다치고 죽습니다. 돈이 아닌 생명의 가치가 무엇보다 우선되는,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라봅니다.

더 읽는 사람

산재를 넘어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으로

산재 인정 기준 및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그 구조와 정치는 차별과 배제의 그것이다. 예컨대 역사적으로 산재, 또는 직업안전보건의 범위는 일하는 남성의 병리상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왔다.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에, 이들이 경험하는 건강문제는 명확한 진단명이 없거나 또는 사례가 없어서, 또는 여성의 노동은 경제활동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으로 인한 여성의 건강문제는 산재라 정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민건강연구소)

아버지 같은 죽음,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길

사람은 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고, 나이가 들어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현장에서 맞는 죽음은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다. 제발 그만 좀 죽었으면 좋겠다. 노동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진정한 재산이다. 사람이 없으면 노동 공동체도, 기업도, 경제도, 국가도 없다.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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