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풀필먼트 #노동자의목소리
읽는 사람

2021.07.19 | 구독하기

오늘의 읽는 사람

1. 노동자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2. 더 읽는 사람 : 배달 라이더 인터뷰

3. 소문내는 사람 : 중대재해 관련 강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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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화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고 해요. 영화 <노매드랜드>는 유랑하듯 살아가는 중년 여성 '펀’의 삶을 그리고 있어요.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공장이 금융위기 이후 문을 닫고 남편마저 세상을 떠난 뒤, 펀은 낡은 밴 한 대를 집으로 삼아 '노매드' 생활을 시작하죠.


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사진의 아마존 물류센터에요. 여기가 펀의 새로운 일자리인데, 상품 포장과 분류 등을 맡을 임시직이죠.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쇼핑 시즌을 앞두고 펀과같은 사람들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있어요.


이 거대한 물류센터는 펀에게 잠시나마 안정감을 주는 듯 보이지만, 이 일이 끝날 무렵이면 극심한 추위가 찾아와 밴에서의 생활은 더 어려워져요. 펀은 다시 따뜻한 곳, 그리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서 떠나야 하고요. 밴이 고장나면 수리비도 못 낼 만큼, 생활은 좀체 나아지지 않죠.


실제로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보다 훨씬 열악하게 일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하루 10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에, 더 나은 생활을 기대할 수 없는 저임금에, 사람이 아닌 상품 중심의 노동 환경 때문에 더 많이 다치기도 해요. 그래서 수년전부터 '아마존의 이익을 떠받치는 것이  과연 혁신인가, 아니면 저임금 노동자들인가!' 하는 문제제기가 터져나왔죠. 


아마존의 이런 노동 환경, 한국의 어디랑 비슷한 구석이 있죠? 바로 얼마전까지 ‘탈팡’ 운동이 벌어졌던 쿠팡이에요. 이는 쿠팡이 아마존의 성장 모델을 쏙 빼닮았기 때문인데, 특히 초고속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풀필먼트' 모델이 그래요.

1. '풀필먼트'가 무슨 문제?
#UPH #장시간노동 #저임금노동

풀필먼트는 쉽게 말해 오늘 밤 주문한 물건을 내일 새벽에 받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에요. 빅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상품의 주문 수량을 예측해 미리 물류센터에 쌓아두고, 주문이 들어오는대로 픽업, 포장, 배송까지 한 곳에서 완수하는 건데요. 기존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유통 과정이 단축되니 경쟁 우위에 설 수 있게 되죠. 최근 화재로 전소된 쿠팡의 덕평물류센터도 바로 이런 일을 담당하는 곳이었어요.


문제는 '물류혁신'이라 불리는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쿠팡이 급성장을 하는 2020부터 과로로 숨진 노동자가 7명, 산재가 인정된 건수만 758건이라는 점이에요. 그 이유에 대해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 다수가 일용직, 단기계약직인 노동자들은 재계약의 기준이 되는 UPH, 시간당 물량 처리 개수를 높이느라 로봇처럼 일해야 하고,  

  •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으로 연장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무 등을 해야만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돼요.

  • 상품의 효율적인 진열과 입/출고가 중심인 곳에서, 냉난방도 없이 버텨야 했고요.

2. 쿠팡의 대책은?
#쿠팡탈퇴  #코로나19 집단감염

지난 달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노동 환경이 다시 드러났고, 화난 소비자들이 SNS에서 탈퇴 인증을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어요. 쿠팡은 기존 계약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노동자들이 로봇처럼 일해야 하는 시스템을 재고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에요.


쿠팡의 경쟁력이 결국 사람의 고된 손과 발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작년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84명의 코로나19 집단감염 때도 문제로 드러났고, 당시 인권재단 사람에서 인권실태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는데요, 이 조사 보고서는

  • 첫 확진자 발생 후 54시간 동안 대부분 종사자들이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고,

  • 감염 이후에도 최소한의 방역 조치만이 취해졌으며,

  • 애초에 방역지침을 지킬 수 없는 밀집된 노동 환경에서,

  • 개인에게 위험과 책임이 전가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죠. 그런데 쿠팡은 반박 보도자료를 내서 사실무근이라고 했고요.

물류센터 화재 직후 쿠팡앱 사용자는 20%나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해요. 소비자들이 이미 편리함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상황이 이런 기업에는 호재가 된다고 하죠. 그래서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기업에게 책임을 묻고,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해 보여요. 


3. 앞으로의 방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노동조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과연 효과 있을까요? 

우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재해를 막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작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면서 쿠팡같은 기업이 노동자의 과로사 등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긴 했지만, 지난 12일 공개된 이 법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보면, 법의 취지가 무색하다 할만큼 문제가 있거든요.

  • 직업상 질병 가운데 ‘심혈관계질환’ 등이 제외 -> 뇌출혈, 뇌졸중 등 심혈관계질환은 과로에 의한 대표적 질환인데 적용이 안되었고,

  • 위험 작업 시 2인 1조로 근무하기도 제외 -> 혼자 일하다 사망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이마저도 반영되지 않았어요.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합 결성

지난 6월 초 쿠팡 물류센터에도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는 것이 가장 희망적인 소식이에요. (아마존은 4월 노조 결성을 하려다 무산되었죠.) 노조의 요구사항을 보니 "유급 휴게시간/공간 보장", "냉난방장비/장치 지급 및 설치" 등 원래 보장되었어야 할 당연한 권리들인데요, 노조 출범에 참여한 정성용 인천센터분회장은 이렇게 말해요.


“노동조합이 성장하여 현장에서 힘을 갖추게 된다면 나뿐만 아니라 계약직, 그리고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일용직, 외주업체 노동자 모두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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