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고 해요. 영화 <노매드랜드>는 유랑하듯 살아가는 중년 여성 '펀’의 삶을 그리고 있어요.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공장이 금융위기 이후 문을 닫고 남편마저 세상을 떠난 뒤, 펀은 낡은 밴 한 대를 집으로 삼아 '노매드' 생활을 시작하죠.
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사진의 아마존 물류센터에요. 여기가 펀의 새로운 일자리인데, 상품 포장과 분류 등을 맡을 임시직이죠.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쇼핑 시즌을 앞두고 펀과같은 사람들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있어요.
이 거대한 물류센터는 펀에게 잠시나마 안정감을 주는 듯 보이지만, 이 일이 끝날 무렵이면 극심한 추위가 찾아와 밴에서의 생활은 더 어려워져요. 펀은 다시 따뜻한 곳, 그리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서 떠나야 하고요. 밴이 고장나면 수리비도 못 낼 만큼, 생활은 좀체 나아지지 않죠.
실제로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보다 훨씬 열악하게 일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하루 10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에, 더 나은 생활을 기대할 수 없는 저임금에, 사람이 아닌 상품 중심의 노동 환경 때문에 더 많이 다치기도 해요. 그래서 수년전부터 '아마존의 이익을 떠받치는 것이 과연 혁신인가, 아니면 저임금 노동자들인가!' 하는 문제제기가 터져나왔죠.
아마존의 이런 노동 환경, 한국의 어디랑 비슷한 구석이 있죠? 바로 얼마전까지 ‘탈팡’ 운동이 벌어졌던 쿠팡이에요. 이는 쿠팡이 아마존의 성장 모델을 쏙 빼닮았기 때문인데, 특히 초고속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풀필먼트' 모델이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