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스포츠 워싱(Sportswashing)
스포츠워싱이란 간단히 말해서 스포츠를 통해 이미지를 세탁하는 것을 말해요. 인권침해로 악명높은 나라가 올림픽 개회식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기업이 자국 스포츠팀을 후원해서 비윤리적인 이미지를 벗으려고 한다면? 모두 스포츠워싱이죠.
이런 걸 가만두냐고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노코멘트" 인 것 같아요. IOC는 스포츠에서 정치적 중립이 중요한 가치라고 주장하며, 개최국의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거든요.
올림픽 경기장과 부대 시설 등을 짓느라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건 많이 알려진 이야기에요. 그리스는 올림픽 개최하고 파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죠. 비난을 의식한 개최국 정부들은 저마다 예산을 적게 썼다고 주장하지만, 경기장 짓느라 훼손한 환경을 복구하는 비용까지 합치면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에요.
특히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IOC는 (이윤 추구가 우선인 게 아니라면 도저히) 설득력 있는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올림픽, 앞으로도 계속하는 게 맞는 걸까요?
올림픽, 해야 해 vs 말아야 해
해야 해
올림픽이 이렇게 문제라고는 해도 올림픽을 계속하기 위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어요. 인권침해 국가는 개최해선 안 된다는 것부터, 매번 개최지를 옮기지 말고 한 곳에서 개최하자는 주장도 있죠. 경기장을 새로 짓느라 지역 주민과 환경에 피해를 입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편이에요.
올림픽이 계속되리란 전제하에, 올림픽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어요. 도쿄올림픽에선 여성 선수 비율이 49%에 이르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어요. 평창올림픽 때는 성소수자 선수와 스태프, 관객들을 지지하기 위한 "프라이드 하우스"가 아시아 최초로 열리기도 했고요. 이 모두가 올림픽을 통해서 스포츠 인권 수준을 높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어요.
말아야 해
단 2주 동안 열릴 행사 비용을 지역 주민이 내는 수십 년 치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면 어떨까요? 캐나다, 폴란드, 스위스 등 올림픽 개최 후보 지역의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올림픽 유치를 무산시킨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한편 올림픽 없는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인권활동가들이 있어요. 개최국의 스포츠워싱을 두고 볼 수 없으며, 환경파괴와 난개발로 이뤄낸 올림픽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짚어요. 지역 주민들은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데 다국적 기업과 정치인들은 이익 보는 구조에 반대하고, 저항해야 한다고 말해요.
올림픽, 봐야 해 vs 말아야 해
그럼 시청자로서 올림픽 중계를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래의 가상 대화를 한 번 살펴봐 주세요.
봐야 해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은 죄가 없어요. 올림픽을 보지 않으면 스포츠가 곧 삶인 선수들만 피해를 볼 뿐이에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딴 에린 잭슨 선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어요. 저는 이런 것이 올림픽의 순기능이라고 봐요.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경쟁하면서도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느낄 수 있어요."
말아야 해
"올림픽은 애초의 취지를 잃어버렸어요. 부패와 인권침해로 얼룩진 이벤트라면 보이콧하는 것이 맞아요. 탄압받는 소수민족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개최한 올림픽을 보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에 동조하는 것 아니겠어요? 미국에선 인종차별에 목소리를 내면서 중국에선 눈치껏 마케팅하는 기업들은 어떻고요. 올림픽 문제는 단지 IOC나 정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에요. 시민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숙제를 푸는 방법은 달라도 추구하는 정답은 같은 것 아닐까 하는 점이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스포츠 정신, 연대, 존중과 같은 가치들이 허구가 아니라 진실이 되게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2년 뒤에는 파리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고, 그다음 올림픽도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중계 화면을 보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지만, 올림픽 안팎에서 내는 변화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건 모두가 가능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