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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1 | 구독하기

안녕하세요, 인권재단 사람 모금팀 활동가 김경희입니다. 여러분 이번주 금요일(23일)에 뭐하시나요? 친구를 만나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하실 텐데요. 저는 매주 금요일 저녁 ‘오름’이라는 이름으로 홈리스행동의 현장활동인 <홈리스 인권지킴이>를 하고 있어요. 


홈리스 인권지킴이 활동은 세미나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주로 홈리스와 관련한 통계나 지원체계, 중요한 이슈 등 여러 지식을 습득하고 현장 활동에 대한 지침과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에요. 그 후 팀으로 나눠 종각과 서울역, 용산역 일대에서 거리 홈리스와 만납니다. 홈리스 당사자 활동가들도 인권지킴이에 함께하며 주체가 되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홈리스가 벤치에 누워 잠을 잔 후 턱이 있는 벤치로 바뀐 모습)

하지만 매주 같은 길을 걸으며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다 보면, 빈곤을 혐오하는 한국사회의 여러 단면을 마주하게 돼요. 버스정류장 벤치에 사람이 누워 잤다는 이유로 중간 중간 턱이 있는 벤치로 교체하기도 하고요. 지하도 기둥 사이에 텐트를 설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커다란 물통을 고정시켜 두기도 하죠. 그 때문에 통행이 불편해진다 하더라도요. 오늘의 '깊이있슈'에서는 이와 같은 차별적 사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문제 해결 대책에 대해서도 알아볼게요.

인권재단 사람의 뉴스레터 <읽는 사람>은 시의성 있는 다양한 이슈를 여러 활동가의 시선으로 알아보는 ‘인권있슈’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는 ‘깊이있슈’가 2주에 한 번씩 발행됩니다.

오늘의 깊이있슈 #홈리스

  • 홈리스에게 차별과 혐오는 일상

  • 사람을 거리로 내쫓는 사회

  •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대책 마련

  • 12월 22일 동짓날, 서울역 광장에서 만나요!

홈리스에게 차별과 혐오는 일상


올해 1월, 서울역 지하철 2번 출구와 엘리베이터 내외부에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붙은 적이 있어요. 홈리스행동은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문제제기를 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노상 배설행위 금지는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인데도 그 대상을 ‘노숙인’으로 특정한 것은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어요.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게시물을 제거할 뿐 어떤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아, 편견과 피해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거리홈리스의 노숙물품을 임의로 수거하고 폐기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는데요. 틀니나 핸드폰 같은 물건부터, 집과도 같은 텐트와 침낭, 매일 복용해야 하는 당뇨약 등이 ‘미관상’의 이유로 버려져요. 잠자리와 생계를 겸해 운영하는 커피노점도 폐기되면서 한 순간에 잘 곳과 생계수단 모두 잃는 경우도 있죠. 2011년 '극빈과 인권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 보고서'에서는 빈민을 범죄시하고 처벌하는 법과 행정 규제를 '형벌화 조치'라고 규정했어요. 빈민이 빈곤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을 간과하고, 빈민 스스로 생활하려는 노력을 무시한 행위인 겁니다.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이유로 홈리스를 수동적 존재로 인식함에서 비롯한 차별의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볼게요. 지난달 한 공청회에 참석하려던 홈리스 활동가가 출입을 저지당한 일 있었는데요. ‘행색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게 이유였어요. 다른 방문자의 경우 신분증과 방문 목적을 기재한 방문신청서를 전달하면 될 일이었지만, 이들은 같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거죠.

사람을 거리로 내쫓는 사회


어느날 지하도에서 낯선 얼굴을 마주한 기억이 나요. 갑자기 나타난 A님은 쪽방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쪽방 소유주가 방을 리모델링을 한다고 나가달라고 했다고 말했어요. A님은 주거급여 수급자여서 쪽방 소유주는 주거급여로 임대료를 받았지만, 별다른 방법 없이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저 조금 더 기다려서 수급이 나올 즈음 다시 들어갈 여관이라도 알아볼 계획을 할 뿐이었죠. A님은 아마 개발 지역 쪽방에서 사셨던 것 같아요. 민간개발이 진행 중인 쪽방 소유주들이 임대주택 공급, 주거 이전비 지급 같은 보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갖은 핑계로 쪽방촌 주민들을 내쫓고 있었거든요. 


또 다른 지하도에서 만난 홈리스 당사자 B님은 주거지원을 통해 고시원으로 주거지를 옮겼어요. 더운 여름 동안 길에서 고생하셨으니 겨울은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보내실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본격적으로 바람이 차가워지던 늦가을 밤, 비어있던 지하도에 작은 간이텐트가 생겼습니다. B님이 돌아온 거예요. 복지급여 신청을 하기 위해선 가족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담당 공무원의 말에 다시 거리생활을 하게 된 것이었죠.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싶지는 않았으니까요. 사실 지난 해 부양의무자기준의 소득재산 기준이 완화되면서, 생계급여나 주거급여, 교육급여 중 한 가지만 신청하는 경우에는 부양의무자의 금융정보 등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여전히 현장에서는 부양의무자에게 연락을 하는 절차를 밟고 있어요.이 때문에 급여 수급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대책 마련


빈곤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처벌을 정당화하고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하는 사회구조는 결국 모두의 삶을 위협하게 돼요. 하지만 차별과 배제, 혐오는 각양각색 모습으로 변하며 계속되고 있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기초적인 대책은 열악하고 취약한 주거환경에 처한 이들에 대한 주거대책을 마련하는 거예요. 더 구체적으로는,


✅ 개발지역의 쪽방 주민들이 사전퇴거 당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개입해야 하고, 이들을 위한 주거대책을 마련해야 해요. 

✅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지원과 지원주택 정책을 확대해 주거생활 안정을 보장해야 해요. 

✅ 쪽방 소유주의 눈치를 보며 멈춘 쪽방 공공주택사업을 흔들림 없이 진행해야 해요.

12월 22일 동짓날, 서울역 광장에서 만나요!


매년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이면 서울역 광장에서는 "홈리스추모제"가 열려요. 그해 거리, 시설, 쪽방과 고시원 등지에서 돌아가신 홈리스분들을 추모하고, 홈리스 인권과 복지 현실을 점검하고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자리인데요. 이 기간 동안 홈리스가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물품을 마련하는 모금, 홈리스 월동프로젝트도 진행된다고 해요. 홈리스 차별과 배제가 종식되도록 여러분도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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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당사자인 로즈마리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 의원회관을 출입하려는데) 제지를 당해 멈추면서 모멸감을 느꼈다"면서 "창피하기도 했고 기다리는데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겉 차림새가 누추하다고 해서 그런 대접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부당한 대우는 국회에서 퇴거당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쪽방주민들 "오세훈이 살아도 좋을 공공주택 지어라"

“몽둥이에 맞고, 불도저에 밀리고, 사람들은 벌벌 떨며 내쫓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도저에 깔려 죽겠다는 마음으로 드러누우면 철거반은 잠시 물러난다. 그러나 다시 밀고 들어온다”며 “내가 30년간 산 방의 가구가 부서지고, 내가 이웃과 함께 산 동네가 허허벌판이 되는 걸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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