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후기 #인터뷰

2022.6.22 | 구독하기

오늘의 읽는 사람

H : 파트너와 함께 살고, 본인이 확진.

U : 파트너와 함께 살고, 파트너가 확진.

S : 4명의 가족과 강아지 둘이 함께 살고, 본인 포함 3명 동시에 확진.

K : 3명의 가족과 고양이가 함께 살고, 본인 포함 2명이 동시에 확진.

오늘은 코로나19를 경험한 재단 활동가 H, U, S, K의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K가 건강을 조금 회복하고 사무실로 복귀한 첫날,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돌봄 위기를 절실히 체험했다.”고 말했던 게, 이번 인터뷰의 발단이 됐어요. U는 일주일 동안 모텔에 투숙하며 파트너를 돌봤고, 신입활동가 H는 하필 재단의 채용 면접 날에 코로나가 겹쳐버렸고, S는 함께 사는 사람보단 강아지가 더 걱정이었대요.


열한 명 중에 네 명, 얼마 전 퇴사한 Z를 합하면 다섯. 확진자 비율로만 따지면 재단 사무처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선방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도 종종 들어요. 근데 걸려본 사람한테는 선방 같은 건 없네요. 각자 다른 상황과 걱정을 나누고 빈자리 채울 방법도 찾는다면, 다음번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확진


H : 아침에 일어나보니 목에 칼이 꽂힌 것처럼 아팠어요. 동거인이 휴가중이었고 일주일 뒤 복직하는데, 내가 코로나 걸렸다고하면 대역죄인이 되겠구나 싶어서 ‘잠깐 숨기고 오늘만 놀까’하는 생각도 했어요. 근데 일반 감기랑은 헷갈릴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슬슬 열이 오르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U : 사무실 출근했는데 전화가 왔어요. 파트너가 몸상태가 좋지 않아 자가키트 검사를 했더니 두 줄이 나왔다며. 파트너 확진 후에 저도 검사소 가서 검사 받고 나서 모텔로 갔어요. 제가 음성일 수도 있으니까, 공간 분리가 불가능한 집에 갈 수는 없었어요.


S : 같이 사는 부모님이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목에서 통증이 느껴졌어요. ‘아 나도 걸렸구나.’ 생각했죠. 근데 하필 그 주에 잡힌 일정이 많았어요. 그걸 다 취소하거나 날짜를 미루느라 애도 먹고 속상했어요.


K : PCR검사 결과가 ‘보류’로 나와서 두 번이나 재검사를 받았어요. 격리 기간이 2~3일 더 길어졌죠. 확진 통보를 받은 날은 제가 참석해야 할 재단 내부 일정과 함께 외부 일정도 두 개나 있었어요. 비대면으로 가능한 것만 참여할 수 밖에 없었어요.



격리 생활


H : 화장실도 하나고 집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완전 격리는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어차피 동거인도 걸릴 거로 생각하고 그냥 지냈는데, 이틀이 지나도 안 걸리더라고요. 그때부터 예의상 마스크도 쓰고 밥도 따로 먹었어요. 사실 아무것도 안 하고 창문으로 햇살 들어오는 거, 구름 흘러가는 거, 해가 지는 거, 달이 뜨는 거 보면서 평생 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U :  집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모텔이었어요. 집에 있는 파트너의 증세가 심각해지면 급히 갈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파트너에게 약을 전해주러 가면서 집 근처에 맛 좋은 디저트나 꽃을 사 들고 가고 그랬어요. 갑갑한 마음을 좀 덜어주고 싶었거든요. 


S :  동거 가족 4명 중 3명이 확진되었던지라 한 집에서 지내되 최대한 각자의 방 안에서 지냈어요. 다행히 화장실이 2개라서 동생만 화장실을 따로 썼고요. 식기도 확진자용, 비확진자용으로 분류해서 사용했어요. 


K : 작은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지냈어요. 동거인이 식사는 따로 차려서 방앞에 가져다줬고, 먹고 내놓으면 치워주고 소독해서 정리해 주었고. 방안에 2리터 물통을 20개 정도 두고 마셨어요.



걱정


H : 초등학교 때 천식 진단을 받았어요. 할아버지랑 엄마도 천식이 있어요. 할아버지가 제 키보다 큰 산소통 옆에서 평생 사시는 걸 봤어서, 나도 그렇게 될까봐 걱정했던 게 사실이에요. 코로나 증상이 가슴이 조이는 느낌이 들면서 기침을 시작하면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평소 쓰던 호흡기가 있어서 증상을 조절했지만, 잔기침이 남아서 격리해제되고 한 달 반 정도 지속됐어요. 


U :  파트너 상태가 상태가 심해지지 않기를 바랐어요. 저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만일 확진되면 숙박업소에도 피해를 주겠구나 싶더라고요. 파트너는 격리해제 후에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까봐 걱정했어요. 위축되고 있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S :  당시 제가 기후 불안이 조금 심했는데,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서 불안이 더 악화되기도 했어요. 가족 모두가 매일 새 마스크를 쓰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낀 채로 생활했거든요. 코로나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환경 파괴’인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또 다른 환경파괴적 행동을 해야하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어요.


K : 확진 4일쯤 지나서 탈항 증세가 나타나서 코로나보다 더 힘들었어요. 항생제나 진통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데 많이 힘들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점도 걱정됐고요. 방 안에서 나오지 말라는 권고를 완전하게 지키지 못한다는 자책감도. 나름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는 때가 있었고, 그때마다 옮길까봐 걱정되고 미안했어요.



빈자리


H :  제가 계속 누워있거나 잠을 자서 모든 집안일을 동거인이 했어요. 밥을 하고 설거지하고 장 보고. 동거인 없었으면 서럽고 밥도 잘 못챙겨 먹었겠다 싶었어요. 


S :  아무도 강아지들을 돌볼 수 없다는 점이 참 어렵고 힘들었어요. 격리 기간 일주일 중 하루밖에 산책을 못했던 걸로 기억해요. 특히 막내가 엄마 껌딱지 수준인데, 부모님이 안방 문을 닫아버리니까 막내가 그 앞에 앉아서 문이 열리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K :  족 2명을 한 사람이 하루 종일 돌봐야 했던 상황이에요. 동거인이 직장에 어렵게 양해를 구하고 2주간 무급휴가를 받아서 격리아닌 격리를 하며 돌봄을 했어요. 같이 사는 반려묘도 노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챙길게 많거든요. 본인은 할만했다고 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을 거예요. 



+ 코로나19를 겪는 동료에게 해주고 싶은 말

H : 일을 잘하려고 하거나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마세요.  

U : 작고 사소한 걱정이라도 얘기해도 됩니다.

S : 바깥 세상은 저희가 지키고 있을 테니, 회복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어요.  

K : 돌봄을 받았다면 본인보다 더 고생했을 그분께 감사해하고 잘 해주시길.


+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준비해야 할 것

H : 패스할게요.

U : 제 조건에 맞는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죠. 걱정을 줄이면 더 확진자를 잘 보살필 수 있을 것 같아요.

S : 재택근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돼요. 그리고 팬데믹이 우리에게 전해준 메시지를 잊지 않아야 해요.

K : 개인적으로는 면역력을 키워야죠.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격리에 따른 돌봄 노동을 정부가 보상하도록 요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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